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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녹화
2020년 07월 15일(수) 22:58 [N군위신문]
 

↑↑ 권춘수 원장
ⓒ N군위신문
옛말된 지가 오래다. 산림이 황폐되고 뼈만 앙상한 민둥산은 적은 비에도 홍수가 범람한다.
산사태로 집이 무너지고 농경지 잃은 사람들은 아우성치며 통곡한다. 사람들은 이를 보고도 내일 또 일어날 걸 하며 이젠 물난리 겪어도 남의 일 보듯 한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되었던지 생각조차 하기 싫다. 서로가 의지하고 도와주며 사는 세상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살기 좋은 세상이라 하지만 좀비들이 사는 세상보다 조금도 더 나을 게 없다.

어느 때였을까. 먹을거리가 없고 땔감마저 부족했을 때였다. 사람들은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십 리 넘는 산길 따라 나무하려 다녔다. 그때는 귀중한 것도 없고 아까운 것도 없었다. 오직 땔 나무만 하면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소나무며 참나무 낙엽송 등을 닥치는 대로 마구잡이 베었다. 해가 지고 어두울 때 남몰래 소나무를 베어 껍질 벗기고 서까래 만들어 팔아 생계를 이어가기도 했다.

때로는 산림단속으로 숨바꼭질할 때도 많았다. 산은 점차 헐벗고 벌거숭이 되어 갔다. 하는 수 없어 관계 기관에서 나와 집집을 다니며 청소깝 등을 적발하여 벌금 매기며 산림을 단속했다.

그들이 나왔다는 소문이 들리면 사람들은 청소깝 감추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부산을 떨었다. 적발된 어떤 사람은 울며불며 용서해 달라고 애원하며 매달리기도 했다.

또 다른 사람은 사립문을 걸어 잠그고 아예 집을 비워 버린 사람도 있었다.
아버지는 산림에 깊은 관심이 있었다. 겨울방학 때 아버지 따라 나무하러 갔다. 아버지는 나무를 하면서 닥치는 대로 나무를 베지 않았다. 어린 소나무가 풀숲에 싸여있으며 주위를 깨끗이 하고 가지치기를 해주었다. 나무를 다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 아버지는 내가 한 나무 자리를 보시고 “어린나무는 베지 말고 가지만 쳐주어라”라고 하셨다.

한 번은 친구들과 같이 나무하러 갔다. 친구들은 졸 곧은 소나무 등을 토막토막 내어 지게에 졌다.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줄 뻔히 알면서도 나도 그렇게 했다.

지게에 가득 지고 땀을 뻘뻘 흘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면서 아버지한테 칭찬받으리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그것은 내 생각일 뿐이었다.

아버지는 칭찬은커녕 “누가 너보고 이런 아까운 소나무를 베어 오라고 하더냐? 앞으로 한 번만 더 이런 소나무를 베어오면 혼날 줄 알아라.” 하시며 노발대발하셨다. 나는 친구들한테 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친구들은 “너 아버지는 참 이상하시다. 칭찬은 하지 못할망정 꾸지람은 왜 하시느냐? 우리 아버지는 애먹었다 하며 위로해 주셨다”라고 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속이 상하고 아버지가 미웠다.

늦게야 알았지만, 아버지는 헐벗은 산을 보고 남모른 걱정을 많이 하였다.
어떻게 하면 울창한 숲으로 만들까? 우리들의 힘으로 키우고 보호할 수 없을까? 노랫말처럼 하였다. 동네 사람들이 벌목해 오는 것을 보고 그냥 지켜볼 수 없었다. 성미 급한 아버지는 어느 날 동장한테 동회를 열자고 이야기를 했다. 회에서 감시단을 만들고 감시 활동을 강화하여 산림을 보호하자고 결의했다.

그제야 동네 사람들은 산림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동회에서 아버지를 감시단장으로 추대하였다. 아버지는 동네 사람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해보겠다는 것에 만족하시며 쾌히 승낙하셨다.
아버지는 권세 부리고 싶은 것도, 인사치레 받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오직, 헐벗은 산을 푸르게 만들어 보고 싶은 것뿐이었다. 처음에는 활동이 잘 돼야 할 덴데 하시며 걱정을 많이 하셨다.

어느덧 사람들의 마음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소나무 참나무 등을 베지 않고 마른 솔가지, 고지뱅이, 억새 등을 지게에 지고 왔다. 이를 지켜보던 아버지 입가에는 엷은 미소가 흘렀다.

1950년 중반쯤 사방사업이 시작되었다. 아버지에게는 더없는 기쁜 소식이었다. 어머니가 환한 얼굴로 들어오는 아버지를 보시면서 무엇이 그렇게도 좋아 쓸데없이 웃고 다닙니까. 하며 핀잔을 주었다. 신이 난 아버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시고 그저 싱글벙글 웃기만 했다.

어느 날 오후 묘목을 가득 실은 트럭 한 대가 동네 어귀에 멈췄다. 느티나무 아래에 쉬고 있던 동네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기사와 동행한 사람에게 물었다.

“무슨 묘목입니까?”
“오리나무 묘목입니다.”
“어디에 심으려고 합니까?”
“동네 산에 심으려 합니다.”

“한 사람이 벌컥 화를 내며, 멀건 피죽 한 그릇 먹고 할 일이 그다지도 없던가 봐, 저 많은 것을 어떻게 다 심으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하며 언성 높였다. 사람들도 웅성거리며 한둘씩 자리를 떠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묘목을 심어야 한다고 역설하며 동네 사람들을 불러 모아 설득했다. 결국 동네 사람들은 아버지의 설득에 묘목을 심기로 했다.

아버지는 새벽같이 일어나 동네 사람들에게 나무 심으러 나오라고 독려했다.
일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신나고 재미있었다. 밤이 지나고 빨리 날이 밝기를 바랐다. 한두 달이 지나가자 사람들은 지칠 대로 지쳐 힘도 빠지고 싫증이 났다.

친구들도 하기 싫어 몸을 비틀며 괭이자루를 내던지기도 했다. 한 번은 친구들과 같이 꾀를 부렸다. 하루에 심을 묘목을 다 심으면 놀기 때문에 묘목을 빨리 없앨 묘안을 짰다.

수십 개 되는 묘목 한 뭉치를 구덩이를 깊게 파고 묻어버렸다. 처음에는 운 좋게 감독한테 걸리지 않았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는 말 있듯 감독한테 걸렸다. “하기 싫거든 내일부터 당장 나오지 말라.” 하며 추상같은 호령이 떨어졌다.

우리는 겁에 질려 벌벌 떨었다.
숱한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 사방공사가 무사히 끝났다. 속성과에 속한 오리나무는 성장이 무척 빨랐다. 산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오리나무뿐이었다. 그 후 은사시나무, 참나무, 침엽수, 아카시나무 등을 뒤따라 심었다. 모두가 화목거리에 불과했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한결 풍요롭고 넉넉했다.

세상도 변하고 인심도 변했다. 헐벗은 산림을 울창한 산림으로 힘들게 만들었다. 공든 탑이 이렇게 쉽게 무너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산업화가 발달하면서 울창했던 산림이 군데군데 맨살을 들어 내보이며 사람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산림정책이 가장 우수한 국가라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다시 푸른 산으로 만드는데 온 힘을 쏟았다.

하지만 나라의 경제 규모가 날로 팽창하면서 숲의 면적이 줄어들까 고민되었다.
70여 년이 지난 지금, 고사리 같은 손으로 심은 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 울창하다. 고즈넉한 가을 울창한 숲길 따라 걸으면서 명상에 잠긴다.

홍수로 한 꺼 번에 삶의 터전을 잃고 슬픔에 잠긴 채 살기 위해 몸부림치던 그때 그 사람들의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아버지는 창가에 서서 뒷짐하고 울창한 숲을 바라보면서 지난 일들을 돌아본다. 고뇌에 찼던 아버지 얼굴에는 어느새 웃음꽃이 활짝 피어난다.

대구가축병원 원장 권춘수
admi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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