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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교훈(2)
2019년 10월 03일(목) 14:00 [N군위신문]
 

↑↑ 황성창 시인
ⓒ N군위신문
지난호에 이어

역사는 인간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역사라는 이름으로 사실을 간추려 엮어 놓은 기록이다. 역사적으로 1·2차 대전을 전후하여 중국과 일본은 전후 처리를 어떻게 하였는지 우리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1945년 8월 15일 장개석은 대일 항전 승리를 선언하는 연설을 한다. 일본의 침략으로 2천만 명이 희생되어 복수심에 치를 떠는 국민에게 뜻밖의 당부를 한다. 일본인에게 노예적, 굴욕을 줘서는 안 된다고 국민을 설득한 것이다.

지난 일에 얽매이지 않고 선하게 이웃을 대하는 것이 중국의 전통이며, 폭력으로 폭력을 보복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훗날 ‘이덕보원(以德報怨)’ 즉 덕으로 원수를 갚는다는 연설로 유명하다.

1972년 중·일국교정상화 때 주은래는 일본에게 부담을 지우는 배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고, 수교 성명에서 공식적으로 중·일 양국 국민의 우호를 위해 일본국에 대한 전쟁 배상청구를 공식 포기 선언했다.

이에 마음의 빚을 크게 떠안은 일본은 1979년부터 40년 동안 경제협력자금으로 무려 3조6500억 엔(현 환율로 330억 달러 상당)을 제공했다. 중국은 이 자금을 종잣돈으로 일본을 능가하는 세계2위 경제대국으로 굴기(崛起)했다.

한국은 2차 대전 후 독립국 중 세계에서 유일하게 패전국 일본의 식민지였다. 이런 지위로 인해 1945년 8월15일 해방을 맞았으나 불행하게 승전국의 지위를 얻지 못했다.

2차 대전 승전국들이 1952년 발효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한국에 부여한 권리는 민사적 채권을 변재 받는 재산청구권에 국한 했다. 징용문제는 강제노역에 대한 피해배상이 아니라 미지급임금을 청산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이런 불운이 한·일국교정상화를 위한 1965년 한·일조약과 협정은 물론 이후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일본은 1910년 한일병합과 35년의 식민지배가 국제법상 합법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런 일본의 주장에 승전국들은 동의하고 인정한 건 사실이다. 반면에 한국에선 한·일이 체결한 모든 조약과 협정은 체결 당시부터 불법이고 이에 마땅히 무효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의견들을 좁히지 못한 채 양국 정부의 주관적인 해석의 차이로 지금까지 양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여곡절 끝에 맺어진 협정에 대하여 1965년 6월23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한·일 국교정상화에 즈음한 특별담화’를 발표했다. “지난 수백 년 간 일본은 우리 독립을 말살했고, 우리 부모형제를 살상했고, 우리 재산을 착취했다. 과거만을 따진다면 불구대천의 원수다.

그러나 이 각박한 국제사회에서 아무리 어제의 원수라도 우리의 오늘과 내일을 위해 필요하다면 그들과도 손을 잡아야하는 것이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한 현명한 대처가 아니겠습니까?”라고 국민의 이해와 설득을 구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중국의 장개석이나 주은래와 비교되는 ‘담화문’이라 생각한다. 54년 전 박정희 대통령의 결단은 시급한 국가 발전을 위하여 철저한 실용주의를 택한 것 같다.

1965년 한·일 협정 때 일본의 공식 사과를 조약에 담지 못한 것은 크게 아쉽다. 그러나 1995년 일본 무라야마 총리는 “의심할 여지없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합니다.”고 식민 지배를 처음으로 사죄했다.

또 1998년 10월8일 김대중 정부 때 오부치 총리도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했다. 이어 2010년 간 나오토 총리도 “아픔을 준 측은 잊기 쉽고, 당한 측은 그것을 쉽게 잊을 수 없는 법입니다. 이에 통절한 반성과 진심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명합니다.”고 거듭 사죄한바 있다.

최근에 와서 박근혜 정부시절 미국이 중재하고, 일본도 위안부 문제의 최종 타결이라는 조건으로 화해·치유재단에 10억 엔(한화 100억 상당)을 출연했다. 현 아베 총리가 사죄의 주체를 총리대신으로 밟힌 합의였다.

전임 대통령이 합의한 약속이 좀 부족해서도 계승하였으면 좋았을 걸, 현 정부가 화해 재단을 해체한 것은 무척 아쉬운 일로 생각한다.

역사학자 이드워드 H. 카아의 말처럼 “역사에는 뜻 깊은 실패도 없지 않고, 지연된 성공도 있다” 또한 “오늘의 결정적 실패가 내일의 성공에 결정적 기여를 할지도 모른다.”고도 했다. 비록 결과가 어떻든 지나간 역사는 어떤 경우에도 역류시키거나 거스를 수야 없지 않겠나.

영국의 총리 메이는 총리직 고별사에서 “타협은 더러운 말이 아니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거나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만 말하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 아니다. 원칙과 실용주의를 결합시키지 못하고 필요할 때 타협하지 못하는 무능이 모든 정치적 논의를 잘못된 길로 끌고 간다. 지도자는 사람들의 진정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했다. 국가 지도자들이 듣고 새길만한 금언 같은 고별사다.

흔히들 ‘역사를 잊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하지만, 과거 역사에만 매달리는 민족에게도 미래는 없을 것 같다. ‘좋은 미래를 원하거든 역사를 기억하라’고 했다. 시대에 대한 책임감을 상실하지 않는 한 인간은 뜻 없는 실패도 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의 사실만은 지혜롭게 받아 드리자.
admi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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